의정부신문 대표이사/사장 고병호 '우리가 잊고 있는 사실들'

  • 등록 2008.06.28 09: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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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고 있는 사실들


 


 


   58년 만에 작은 아버님을 찾았다. 가슴이 뛰고 마음 아프도록 흥분이 솟구치는 그분의 너무나도 짧은 소식. 그 소식에 새벽녘 새소리에 상념이 깨질 때까지 나는 내가 알 수도 없는, 알지도 못하는 58년의 세월을 더듬고 끌어안으며 마음의 무거움을 달래야만 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문뜩 떠오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나도 그 영화를 가족들과 보았지만 정말 내가 그 입장이 될 줄은 몰랐다.


  나의 작은 아버님 고영근. 그분은 1926년생이시다. 지금 생존해 계신다면 82세의 노인이 되셨을 것이다. 아버님의 형제는 4형제로 그 중의 막내인 그분을 우리는 모른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에 군인으로 참전하여 전사하셨다는 것과 육사출신으로 원산폭격 당시 부대가 전멸 하였다는 것 등을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아버님을 통하여 들었을 뿐이다.


  그 말도 제대로 이해 할 수 없을 만큼 어린나이에 잠깐 들었을 뿐 척박한 삶과 가난의 고단함을 머리에 이고 살기에도 바쁜 집안 어른들은 그분에 대하여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자손들에게 제대로 알려 주시지도 않아 그분의 생애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전혀 없었다.


  더욱더 부끄러운 것은 집안 어른들의 다 돌아가신 상황에 우리는 그분의 존함마저 잘못알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수년전부터 꽃다운 젊은 나이에 피 끓는 대한의 남아로 조국을 위하여 산화한 그분의 넋이라도 기리고, 그분의 정체성을 찾아드리기 위하여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관련 기관들에 문의를 하였으나, 모든 기관에서 전사자중 그런 분이 계시지 않다는 답변만 번번히 돌아와 낙심하여 왔었다.


  혼인도 못하시고 슬하에 자손하나 남기지 못하신 우리 작은 아버지. 언제 어떻게 입대를 하시게 되었는지, 어느 전투에서 어떻게 전사하셨는지도 모르는 우리들.


  얼마나 무지하단 말인가? 그런데 육군본부에서 드디어 작은 아버님과 관련된 기록이 나왔다. 성명은 고연근이 아닌 고영근. 계급은 그 당시 하사 지금의 상병이셨다.


  제8사단 소속으로 포천에 주둔하던 사단으로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 동안 사망하셨고, 지금은 대전 국립묘지에 위패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지금껏 우리가족이 알고 있는 사실과 너무나도 달랐다. 그분의 사진 한 장 없는 가족들로써는 작은아버님에 대한 죄스러운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군번 0323454. 대전 국립묘지 위패 23묘판 8면 4777호. 이것이 그분이 우리에게 남긴 그분의 삶의 흔적이다.


  병무청이나 육군본부에서는 그 이상의 그분의 기록은 없었다. 얼마나 가족이 보고 싶으셨을까? 내리치는 폭격과 무수한 총알 속에 얼마나 두려움을 느끼셨을까? 당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국과 가족들을 위하여 기꺼이 그날 죽기를 각오 하셨을 그 심정.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중국 상해에서 만났던 매헌 윤봉길 의사의 두 아들들에게 남기신 말씀. 슬퍼말라고, 아비가 없다고 슬퍼말고 뼈와 살이 있다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바치라고.


  우리는 나라의 어려움 속에 자신의 안위나 사랑하는 부모형제를 떠나 죽음의 길로 목숨을 던지면서도 의연하게 조국을 삼키려는 위기에 두팔 벌려 온몸으로 조국 앞에 서신 선열들의 고귀하신 순국으로 인하여 오늘날의 조국번영과 웃음을 잃지 않는 젊은 청소년들과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잊고 살고 있었다.


  먼 역사책이나 과거나 혹은 보수정권시대의 한페이지 정도로 치부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는 전혀 관련 없다는 듯 무관심한 이 시대의 우리들. 조국산천의 이름 모를 들판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아들을 그리워하며 피맺힌 절규와 함께 이름 없이 쓰러져간 수많은 우리의 조상들과 삼촌들.


  그분들의 피가 들판을 적시고 강물을 붉게 물들여 지켜낸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 속에 누릴수 있는 모든 자유와 권리를 누리면서도 우리는 그분들을 잊고 살고 있지 않은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신사참배와 극우파 등 신세대들조차 조국의 정체성과 필연성을 지나칠 정도로 정ㆍ관ㆍ경제ㆍ국민들이 세상을 주목 시켰는데, 우리는 독도 하나만 놓고 본다 해도 선열들에게 부끄러운 후손이다.


  광우병을 염려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염원해본다. 조국을 지키신 분들에 대한 명예와 후손을 돌보자는 촛불집회를 국회의원, 군장성, 전직장관,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 만들기도 좋지만 조국을 위하여 순국하는 분들의 가족들을 위한 예우제도에 대한 개선을 호소해 본다.


  새삼 조국에 대한 깊은 상념으로 날이 밝은 새벽녘 나는 대륙 열강들에 휩싸여 풍전등화 같은 위기 속에서도 굳세게 이 조국을 지켜낸 5000년 역사 속에 조상들의 넋과 이름 없이 안개처럼 순국하신 선열들의 넋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묵념을 드려보았다.


 


의정부신문 대표이사/사장 고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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