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진교수 - 가짜 신드롬

  • 등록 2007.12.01 1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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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신드롬




 무성영화 시절 슬랩스틱 코메디로 한창 활동 중이던 챨리 채플린이 어느날 지방을 지나가던 중 우연히 ‘차플린을 닮은 사람’을 뽑는 대회가 열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대회에 참가하였는데 결과는 재밌게도 3위에 그쳤다. 아이러니컬하지 않는가? 바로 그 자신이 채플린인데 말이다.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세상이다.




조화를 생화인줄 알고 샀다가 뒤늦게 조화임을 알고 자신의 안목에 실망한 일이며, 봄날 무채색톤으로 점잖게 매달려있는 목련꽃을 아무리 봐도 살아있는 생명감과 화사함을 찾아 볼 수 없어 한지로 만든 조화처럼 여겨졌던 일처럼 생화가 조화처럼, 조화가 생화처럼 느껴지는 일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도 한다.


신정아씨 사건 이후 두달여간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의 학위위조 사실이 연이어 밝혀지고 있어 세상을 뜨겁게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불사하는 개인의 도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측과, 그들을 양산하게 만든 학벌 위주의 사회에 원인을 돌리는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인들도 자신의 범죄를 사회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을 합리화시키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행위가 정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


환경이 나쁘다고 해서 우리 모두 거짓말을 하거나 죄를 짓고 살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량한 마음으로 열심히, 성실히 자신이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기득권을 누리기위해서 불법 행위를 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정직하게 열심히 사는 시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 속 주인공은 이 시대의 현존하는 가짜들과 똑같아 소설이 발표된지 몇백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한 군상에 대한 예리한 작가의 통찰력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한 허영심 많은 가난한 부인이 파티에 가려고 빌려 간 목걸이를 잃어버려서 10년에 걸쳐 목걸이 값을 물어내느라 비참한 생활을 한다. 빚을 갚고 난 후 그녀는 그 목걸이가 가짜인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학위위조 유명인들을 보면서 자신의 처지를 망각한 채 한순간의 허영심과 과시욕구로 결국 자신의 귀중한 삶의 10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목걸이’의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된다.


내실은 없는데 남의 것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이들은 언뜻 보면 진짜같아 잠시 속을 수 있다.


그러나 조화가 생화가 될 수 없듯 언젠가는 진의는 밝혀지게 마련이다.


인생은 깜짝쇼나 이벤트가 아니다. 수십년에 걸쳐 매일 매일의 연속선상에서 살고 있다. 진실됨은 당장의 퍼포먼스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없으나 신뢰도를 구축해주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일관성과, 삶에 대처하는 자세는 안정감과 균형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큰 에너지이며 근원이 될 것이다.


신흥대학 이국진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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