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악설을 믿는다.

  • 등록 2010.01.13 18: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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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악설을 믿는다.


 








박종식 논설위원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승산 없는 논쟁과 더불어 사람이 악하게 태어나서 선하게, 혹은 선하게 태어나서 악하게 변해 가느냐 하는 순자의 성악설과 맹자가 주장하는 성선설 중 필자는 성악설을 믿기로 했다.


필자는 인생을 많게는 살지 않았지만 그나마 불혹의 중반을 넘은 나이이다. 대기업 근무에서부터 공무원, 강단에서의 경력까지 다양한 삶을 살아왔다.


딱 지금까지의 평소 느끼고 보아온 사람의 모습, 사람의 거창함 보다 솔직한 그 무엇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데, 우리의 내면에 깊이 존재하는 선한 마음의 순도와 악한 마음의 순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평소 겪게 되는 주변의 일들로 수시로 감정에 변화가 온다.


사소한 문제로 시작해 친구와 격한 논쟁을 할 때, 거래처 담당자와 싸울 때, 어느 누구와 시시비비를 가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흡이 가빠지고 맥박이 빨리 뛰는 순간을 경험한다. 그리고 적게는 욕지꺼리에서 부터 한 대 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절대 그래선 안 되지만 드물게도 살인충동 까지도 느끼는 것이 그 당시 사람의 마음이 아닌가.


또 여러 가지 이유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스트레스의 극복으로 일탈을 꿈꾸기도 하고 과감히 실행으로 옮기기도 한다.


또 주변에서 타자에 의해 발생하는 인면수심의 온갖 세상의 범죄들을 접할 때 “사람이 어떻게...” 라는 개탄과 우려의 소리를 한다.


약한 부녀자들만 골라 성폭행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강호순과 같은 연쇄살인범과 특히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아, 한참 수줍음과 밝은 미소만이 가득할 여중생들이 동급생을 집단 구타하고 성매매를 강요하고 집단 이지메를 가하는 공교육의 무방비, 남을 속이고 남의 등을 치며 자기만의 호위호식을 일삼으며 무위도식 하고, 일확천금에 젖어 있는 투기꾼과 사기꾼, 정치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치꾼, 자신과 남을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치인, 순전히 남을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치가이다. 과연 우리의 정치판에는 정치가가 존재하는가?


교육은 어떠한가. 교육은 분명 정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근 직선제로 바뀌는 통에 정치판에 흡수되어 버렸다. 경기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초안과 무상급식안은 학교의 본질인 전인교육과는 한참 동떨어진 복리후생의 차원을 넘어서 학생과 그 부모를 교육대상이 아닌 정치판의 선거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하고도 씁쓸함을 지닌 인간 군상들을 보며 모 개그프로의 “이거 씁쓸하구만...”란 유행어가 떠오름은 웬일인가.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의 통제와 보호 속에 교육을 받는다. 한 예로 왼손잡이보다 오른손잡이가 그래서 월등하게 많은 것이다. 지금도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옛 어른들은 밥 먹는 손이라고 가르치며 때려서라도 기어이 오른손으로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비교적 엄한 기독교가정의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다. 넉넉지 않은 가사살림에도 평소 늘 베풀고 돕기를 아끼지 않으신 우리 부모님 두 분의 얘기를 잠깐... 5살의 내 기억 속을 더듬어보면 1년에 두 세번씩은 우리 집에 낯선 삼촌, 이모, 누나, 부모를 잃은 미아들과 같이 살았었다.


그 이유는 당시 참으로 살기 어렵던 6~70년대는 거지가 많았고 일자리가 없어 가출을 해서 길거리를 방황하는 앳된 젊은이 들이 많았다. 일을 하시다 우연찮게 필자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면 아버지께서는 그들을 집으로 데려와서 몇 달을 숙식을 제공하며 취직을 시키고 또는 그 부모를 찾아서 내보내곤 했다.


지금도 일흔 중반의 우리 아버지는 동네에 사는 개, 고양이, 새들의 먹이를 챙기시느라 지방출타도 잘 안하신다.


자, 이쯤 되면 우리 아버지는 선한 마음의 순도가 높은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본받으며 살려고 무지 애쓰는 중에 있다. 또 내 자녀들에게 부끄럽지만 나눔과 배려의 삶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의 효과가 있는지우리 다섯살난 아들놈은 주는 걸 너무 좋아해서 유치원에 가는 아침마다 과자를 가방 가득히 넣어가는 일 땜에 엄마와 늘 실갱이를 한다. 그 일이 언제 까지 일런지는 모르지만...


이제 풀어놓은 너스레를 정리하면, 세상을 향해 빽 소리치며 태어나 옹알이와 투정으로 시작해 거짓말을 배우고 친구를 따돌림하고, 남의 것을 탐내고, 죽을 때 짊어지고 가려는지 위장이혼의 가면 속에 탈세와 재산을 은닉하고, 자신의 쾌락을 쫓아 남의 인생과 가정을 파괴하고,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동반자살을 하고, 분하면 때리고 욱해서 죽여 버리는... 사람, 이 시대의 사람, 우리는 분명 악한 순도가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사람은 죽을 때 나 태어나 자란 고향을 생각하며, 어머니를 부른다고 한다. 선한이나 나쁜이나 악함을 배우지 못한 가장 선한모습을 생각하며 회한과 뉘우침 속에 생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부모의 훈계를 귀담아 듣고, 선생님의 훈육의 가르침으로, 선배의 조언과, 친구의 충고를 통해 우리의 내면에 반성의 국자로 선한 순도를 조금씩 채워 넣자.


의인(義人) 10명이 없어 불타버린 쾌락과 범죄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가 절대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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