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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그림의 대가 봉룡(鳳龍) 정대봉



용과 함께 살아온 64년


한국 최고의 ‘용 그림의 대가’, 끊임없는 연구로 몽유도법 개발


 


 


▲ 용 그림의 대가 봉룡(鳳龍) 정대봉


 


  두툼한 붓과 한지와의 한 번의 만남. 거침없이 이어지는 붓놀림. 처음에는 그저 아무렇게나 붓을 휘두르는 듯이 보였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자 어느새 한지위에는 매서운 눈을 뜬 용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붓의 강약에 따라 선명하게 나타나는 용의 비늘. 자로 잰 듯 한 붓의 움직임을 따라 구불구불 곡선을 그리고 있는 용의 모습과 함께 온몸을 들썩이는 정화백의 모습이 마치 용과 함께 춤을 추는 듯 보였다. 마지막 취임새를 하듯 거친 숨을 몰아내며 큰 한바퀴 원형을 그리고 마침내 용의 입에 여의주를 물린 후 한지에서 붓을 떼어낸다.


  봉룡(鳳龍) 정대봉 화백은 상상 속 존재인 용을 가장 한국적이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는 인물로 한국 최고의 ‘용 그림의 대가’로 꼽힌다.


  수 많은 화가들이 용의 영험함을 알고 다양한 형태로 그림을 그려오고 있지만 한국 최고의 용그림을 그린다고 손꼽히는 정화백은 용을 그린다고 표현하지 않고 용을 서예 하듯 쓴다고 표현한다.


  “그림이라면 잘 보이기 위해 덧칠을 할 수 있고 잘못된 것은 지울 수도 있지요.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덧칠을 할 수 도 지울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일필휘지(一筆揮之). 즉 한 번에 내려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죠. 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한 번에 거침없이 내려써야만 제대로 된 용이 탄생하는 겁니다.”


  그는 한번 한지에 붓을 대고는 용을 쓸 때는 절대 숨을 쉬지 않고 한숨으로 이어져 내려간다. 용을 쓰는 순간 숨을 쉬게 되면 맥이 끊기기도 하지만 온 영혼을 쏟아 부을 수 없어 조금의 사심이라도 들어가 버리면 영혼이 흔들려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서부경남 지역 최고의 한학자였던 외숙부 서대철로부터 한학을 배우다가 열 살 즈음 문 밖에 걸려있던 용 그림을 본 후 재미삼아 따라 그리게 된 것이 동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본격적으로 용을 그리기 시작하게 됐다.


  용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실제로 한번 본적도 없고 누군가가 알려주지도 않았지만, 용은 신령스럽고 고귀한 모습으로 상징되어 한국인의 사고와 감정에 뿌리 깊게 잡혀있어 자연스럽게 용의 실제 모습처럼 그려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붓을 잡은 지 64년 그의 손을 거쳐 간 용은 대략 1만여점이 넘는다. 청와대는 물론 정부기관, 관공서, 군부대 등 그의 용이 걸려있지 않은 곳이 없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도 그의 용 한 마리씩을 갖고 있다. 그의 삶의 곧 그의 붓과 용과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도전정신은 용의 일필휘지(一筆揮之)로만 점철되지 않는다. 7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연구로 한지위에 먹의 번짐을 이용한 몽유도법으로 다양한 그림을 이어나가고 있다.


  몽유도법은 안동한지, 금거름지 등 다양한 종이위에 구상한 그림의 밑바탕을 그린 후 지속적으로 수분을 주어 먹의 번짐 현상을 이용한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몽환적이며 신비스런 분위기로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다.


  이는 그가 서예로서 자신이 써내려간 용 그림이 인간 내면에 깃든 잠재의식을 깨우고 그로 인해 자연과 하나 되어 신비로움을 느끼길 바라고 자연과영물의 경이로움이 예술로 승화돼 ‘무릉도원’같은 세계를 구현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상징화 하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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