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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 경찰? 소방?




 


필자는 5년째 경기도 화재조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으로 올해 겪었던 합동조사를 통해 현 실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화재조사 분야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얼마전 구리농수산물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합동조사를 의뢰받고 화재현장에 갔다가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과장의 제지로 현장조사를 하지 못하고 두시간동안 화재현장을 지켜만 보아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경기도 도지사의 명을 받고 화재현장에 도착한 필자로서는 5년 만에 처음 겪은 일이라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합동조사라는 말의 의미는 아는 사람들인가? 그 의미를 아는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을 했겠는가?




마치 세라도 과시하듯 약 8명 정도의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직원들이 화재현장을 점거하고 들쑤시는 광경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필자는 더 이상 회손된 현장의 화재조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발길을 돌리고 씁쓸한 심정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돌아오던 길에 확인된 사실로 화재현장을 들쑤시던 8명 중에는 국립과학연구소의 교육생이 4명 포함되어 있었다는 말에 더욱 경악을 금치 못 하였다. 마치 의대 실습생이 수술실에서 칼을 들고 집도를 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만약 병원에서 이런일이 벌어졌다면 수술대 위에 있는 생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의 보호자들은 뭐라 했을까?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모습이 펼쳐진다. 실습생은 실습생 답게 전문의가 수술을 집도하는 것을 관찰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교육생에게 가르칠 자세는 되어 있는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교수는 아니라는 것 조차 모르는 사람들 아닌가?




그 일이 있고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구리농수산물센터 현장 화재조사 및 감정 결과가 원인미상으로 나왔다는 말을 전해듣은 필자는 재차 허무함 마저 느끼게 되었다.




유사화재를 예방하고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재조사가 정확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화재조사가 객관적․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현행 법규상 화재조사권는 경찰과 소방에게 부여되어 있다. 경찰의 화재조사에 대한 목적은 방화와 실화를 규명하여 그 결과를 근거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데 있으며, 소방의 목적은 화재의 원인규명을 통하여 화재예방 및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진압대책의 자료 등 소방행정의 시책자료로 활용하는데 있다.


목적에 근거하여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소방은 화재조사권, 경찰은 화재수사권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화재감정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선진국인 미국, 영국 및 일본 등에서도 소방관서에 화재조사의 법적인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즉, 소방에서 화재조사를 하고 방․실화의 의심이 있을 때 소방과 경찰이 협력하여 수사를 하며, 정확한 화재원인의 감정을 위해 전문기관이 돕는 시스템 선진국의 시스템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객이 전도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한국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교수 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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