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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여주기식 녹지 vs 시민 보행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의정부 도심의 한 인도가 최근 눈에 띄게 넓어졌다는 평가다. 도로를 확장하거나 차로를 줄인 결과가 아니다. 인도 위로 돌출돼 있던 가로수 보호틀을 지면 아래로 매립한 것이 전부다.

 

시청 앞 시민교에서 의정부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은 상권과 업무시설이 밀집해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핵심 구간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이 일대 인도는 오랫동안 '걷기 불편한 길'로 지적돼 왔다. 인도 위에 설치된 가로수 보호틀과 대형 화단이 보행 폭을 지속적으로 잠식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 가로수 보호틀은 이례적으로 바닥에서 10cm 이상 돌출된 구조로 설치돼 보행자의 발에 걸릴 위험이 컸다. 여기에 전동킥보드 등이 인도 위에 무질서하게 방치될 경우 보행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시민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몸을 피해 통행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 같은 불편이 오랫동안 되풀이되던 가운데 최근 의정부시(녹지산림과)가 가로수 보호틀을 지면 아래로 매립하면서 보행 여건은 즉각 달라졌다. 인도 폭이 체감상 크게 넓어졌고,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양방향 통행이 가능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별도의 대규모 공사나 많은 예산 투입 없이 나타난 변화라는 점에서 "왜 이제야 조치가 이뤄졌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불편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수년간 방치돼 왔다는 점이다. 해당 가로수 보호틀과 화단은 안병용 전 시장 재임 시절 추진된 '띠녹지 조성사업' 일환으로 설치됐다. 당시 4억42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넓은 인도 위에 대형 화단을 연속 배치하면서 보행 공간은 눈에 띄게 축소됐다. 사업 초기부터 보행권 침해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구조물은 별다른 개선 없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 사이 보호틀에 걸려 넘어졌다는 사례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공직 내부에서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개선 조치는 뒤늦게 이뤄졌다. 전임 행정의 결정에 손을 대는 데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 아이러니한 대목은 해결 방식이다. 구조물을 철거하거나 대규모 예산을 추가로 투입한 것이 아니라 가로수 보호틀을 지면 아래로 매립하는 단순한 조치만으로 보행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이다. 이처럼 최소한의 조치만으로도 일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던 만큼, 시민들이 장기간 겪어야 했던 불편이 불필요하게 방치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행로는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시민이 매일 오가는 생활 공간이다. 가로수 보호틀 하나를 바로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은, 그만큼 시민 불편이 행정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 있었음을 보여준다.

 

해당 구간 인도 위에는 수십여개의 화단이 여전히 남아 있다. 녹지 조성이 시민의 보행권보다 앞서야 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보행 환경 개선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도시 공간을 설계하고 관리해 온 행정 전반의 기준을 다시 점검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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