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이나 기업,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하루아침에 좋아지거나 무너지는 일은 드물다. 특히 지장자치단체의 재정은 대부분 오랜 시간 축적된 정책 선택과 지출 구조의 결과로 나타난다. 의정부시의 이른바 '빈 곳간' 역시 갑작스럽게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의정부시는 최근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재정관리 평가에서 건전성·효율성·계획성 등 3개 분야 종합 평가 결과,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3곳만 선정된 '종합 분야 최우수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수치상으로는 재정 관리 전반에서 일정 부분 개선 성과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 결과만으로 의정부시 재정의 전반적인 흐름을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재정 여건은 단기간의 성과보다 장기간 누적된 정책 선택과 지출 구조를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의정부시 재정의 어려움이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된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로 민선 8기 출범 당시 여유 재원인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195억 원에 불과했다. 민선 7기 당시 최초 조성된 1059억 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같은 시기 인근 포천시는 2500억 원, 파주시와 동두천시 등도 수백억 원에서 1000억 원 안팎의 기금을 이월했다. 인구 규모가 훨씬 작은 연천군조차 400억 원이 넘는 재원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경기북부 핵심 도시를 자처해 온 의정부시의 재정 여건은 당시 이미 상당히 취약한 수준에 놓여 있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복지 예산 확대, 재난지원금 지급 등 불가피한 지출 요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전임 시정 시기 동안 재정 여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정책 선택과 낭비성 예산 지출이 반복됐다는 지적 역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결정들이 누적돼 오늘날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졌다면, 정치적·행정적 책임 논의를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적으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조형물 설치에 수억 원이 투입됐고, 의정부역 공원 한복판에는 6억 원 규모의 공중화장실이 조성됐다. 보행 환경을 오히려 악화시킨 인도 위 화단 설치에 약 8억 원이 사용됐으며, 민선 7기 핵심사업이었던 녹지조성사업(G&B)에는 395억 원이 소요됐다.
여기에 더해 전임 시장의 12년 장기 재임 기간 동안 추진된 4개 권역동 확대와 각종 외부 기관 설립 역시 고정비 지출을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이후 민선 8기 들어 2개 권역동과 상권활성화재단·평생학습원 등 일부 기관이 통폐합됐지만, 인건비를 포함한 상시 비용 증가는 재정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는 분석이다.
또한 일부 우호 언론사에 '시정 홍보' 명목으로 매년 1억 원 안팎의 고액 광고비가 매년 지속적으로 집행된 점도 논란을 남겼다. 일반 지역 언론과 비교해 많게는 10배에서 20배 이상 차이가 난 광고비 배분이 과연 시민을 위한 판단이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처럼 누적된 재정 부담을 안고 출범한 것이 민선 8기 시정이다. 국·도비 지원 축소와 기존 사업의 연속 추진 부담,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겹치면서 긴축과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현실적인 과제가 됐다. 그 과정에서 시민 불편과 반발이 뒤따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난 3년 6개월여 동안 재정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관리와 조정이 이어졌고, 이번 행정안전부 재정관리 평가는 그러한 노력의 일부를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 이러한 맥락을 외면한 채 재정 악화의 책임을 현 시정에 돌리며, '의정부 재정을 다시 살리겠다'는 명분 아래 전임 시장의 재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정책과 예산 집행에 대한 성찰 없이, 개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시민 불만만을 근거로 현 시정을 비판하는 것이 과연 책임 정치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더 우려되는 것은 과거 개발사업과 시정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했던 인사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 위기의 원인에 대한 객관적 분석 없이 과거로 회귀할 경우, 같은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언론이 과거 전임 시장의 특정 성과만을 부각하며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는 모습 역시 지역사회의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는 선택의 연속이고, 그 결과는 시민의 삶으로 이어진다. 성과에만 시선이 머무른 채 책임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재정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판단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냉정한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