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산 중에 경기 하남시 검단산(657m)만큼 매력이 많은 산도 드물다. 교통 편하고 오르기 부담없고 무엇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팔당의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지 않은가. 하나의 능선으로 이루어진 홑산이지만 언제 찾아도 지루하지 않고 새록새록한 산이 검단산이다. 휴일에도 북한산이나 관악산처럼 크게 붐비지 않는 것도 매력 중에 하나다.
그런데 검단산은 1시간 남짓이면 오르기 때문에 다리가 조금 근질근질하다. 정상에서 한강을 따라 남쪽으로 죽 뻗은 고추봉~용마산 능선을 보면 내처 능선을 타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마련이다. 근래 검단산에서 용마산(595.4m)을 거쳐 남한산(530m)까지 종주코스가 산꾼들 사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근교 연계산행이라면 20여 시간을 내리 타는 ‘불·수·도·북’(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 종주가 있지만 너무 부담스러워 용기가 안 난다. 하지만 ‘검·용·남’은 7~8시간 정도면 완주가 가능해 도전해볼 만하다. 하남의 검단산과 함께 남한산에서 연결되는 경기 광주에도 한자로도 같은 이름의 ‘검단산’이 있는데, 하남 검단산~용마산~남한산~광주 검단산~성남 영장산까지 소위 ‘강동5산 종주’를 하는 이들도 있다. 이 경우 11~12시간은 잡아야 한다.
지난 주초 ‘검·용·남’종주에 도전했다. 이번에 세번째 도전만에 완주를 했다. 그 이유는 하남 검단산에서 용마산까지는 그런대로 갈 수 있는데 용마산에서 남한산으로 빠지는 게 별다른 이정표가 없어 길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종주에 실패를 한다. 첫날은 용마산까지도 가지 못하고 길을 잘못 들어 산곡초교 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두번째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중간에 빠지지 않고 능선 끝까지 가보았는데, 마지막 봉우리인 감투봉에서 떨어지는 곳이 광지원터널 위이다. 내려가면 중부농협과 중부면사무소로 연결된다. 지하인도를 건너면 바로 남한산성으로 올라가는 차도가 나오고 도로를 따라 50m 정도 가면 오른쪽에 남한산의 정상인 벌봉까지 9㎞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 코스로 오르면 노적산~한봉~벌봉을 지나 남한산성 북문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실상 20여㎞가 될 이 코스가 완주 코스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시간이 늦어 남한산성 입구에서 포기했다.
‘검·용·남’종주에서 가장 애호되는 코스는 용마산에서 엄미리 은고개를 거쳐 바로 벌봉으로 붙는 길인데 그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 종주를 해본 이에게 들어보니, 용마산에서 내리막이 이어지다 능선삼거리를 지나면서부터 오르막이 나타나는데 그 오르막의 끝이 소나무가 서있는 430m봉이며 여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은고개로 이어지는 지맥능선이라는 것이다. 길은 희미하지만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있고 산악회에서 나무에 달아놓은 리본도 몇 개 보인다.
죽 내려가면 농가가 나오고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농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면 중부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굴다리가 연속해서 3개가 나온다. 굴다리를 통과해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족히 300m 정도는 가야 은고개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날도 그곳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태원사라는 왼편 사찰 쪽으로 방향을 잡고 말았다. 하지만 이곳에선 길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길이 없는 태원사 뒷산을 무작정 타고 올랐는데 이 코스로는 가지 말아야 한다. 태원사 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더 가야 은고계 계곡 입구가 나온다는 것만 새겨두면 제대로 종주할 수 있다.
검단산은 1000m에 한참 못 미치지만 해발 50m 이하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보기보다 힘이 든다. 검단산을 오르는 코스는 여럿인데 종주할 때 선호되는 들입목은 창우동 버스종점인 애니메이션고교 앞이 꼽힌다. 아예 중앙선 전철 팔당역에서 내려 팔당대교를 건너 검단산을 오르기도 한다. 검단(黔丹)이란 이름이 범상치 않은데, 백제 때 검단선사(黔丹禪師)가 이곳에 은거했다 하여 검단산으로 불리게 됐다고 전해지지만 역사적 근거는 약하다. 하남시는 백제의 발상지로 역사학계에선 보고 있으며 하남 위례성의 기록이 그것을 뒷받침하는데, 그 성의 진산이 검단산이라는 설에 큰 이견은 없다. 검단산은 최근에 정상부근의 계단을 새로 설치하는 등 많이 정비가 돼 깔끔하고 오르기도 편하게 됐다. 검단산에서 용마산까지는 한강을 왼편에 두고 가는 능선길이 한마디로 ‘명품’이다. 두껍게 쌓인 참나무 낙엽을 푹신푹신 밟으며 걷는 맛은 비할 데가 없이 좋다.
두 산 사이 중앙에 있는 봉우리가 고추봉인데 별다른 표지는 없다. 검단산에서 오를 때 전망암(572m)의 전망도 괜찮지만 한강 조망은 검단산보다 용마산이 더 좋은 것 같다. 용마산 정상은 표지석과 함께 태극기가 걸린 깃대가 세워져 있다. 우리나라에 용마산 이름을 가진 산도 몇 개 된다. 충북 제천시 한수면 월악산 주변에 높이 687m의 같은 이름의 산이 있고 서울 아차산의 최고봉(348m)도 용마산이라 부른다.
어쨌든 검단산~용마산 능선길은 경사가 크진 않지만 거의 20개의 오르내림이 이어지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장거리 등산을 위한 훈련코스로 애호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용마산에서는 앞서 얘기한 대로 능선 끝까지 가서 노적산부터 타느냐, 은고개를 찾아 벌봉으로 바로 붙느냐를 선택하면 된다. 아예 감투봉까지 가서 완주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노적산~한봉~벌봉 능선은 휴일이라도 한적하니 걸어볼 만하다. 이날도 벌봉 근처에 다 가서 ‘곱게’ 늙은 60대 중반의 어른을 만났는데, 직장 은퇴 후에 ‘홀로 산행’에 빠져 산다면서 ‘검·용·남’종주코스를 주 1회는 탄다고 한다. 시계를 보며 검단산에서 남한산 종주를 6시간 남짓이면 한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가뿐가뿐 걷는 모습이 턱 보니 ‘선수’의 자세다.
남한산에서는 북문~서문을 거쳐 내려오면 바로 지하철 5호선 마천역이 있어 교통도 편리하다.
등산 코스
▲ 창우동 애니메이션고 ~ 검단산 ~ 고추봉 ~ 용마산 ~ 중부고속도로 지하도 ~ 은고개 ~ 남한산성들머리 ~ 벌봉 ~ 북문 ~ 서문 ~ 마천역
대중교통
▲ 잠실역 ~ 애니메이션고교 앞 : 30 - 3, 30 - 5 번 시내버스
▲ 강변역 ~ 애니메이션고교 앞 : 112, 112 - 1번 시내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