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지원협의체 ‘소각장 관련’ 일정은 몇 시간에 불과…예산편성 법적 근거 논란

지난 5월17일 의정부시 장암동 소재(장암 롯데마트 부근) 쓰레기처리소각장 주민지원협의체(해당지역 주민 6명, 시의원 3명, 교수 2명)가 의정부시청 해당부서 과장 및 직원 1명과 소각장 위탁관리회사인 (주)한불에너지 소장 등과 함께 8박9일 일정으로 유럽 4개국(프랑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해외연수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폐기물시설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폐촉법) 제17조 2항과 시행령 18조 및 동법시행령 별표2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운영기관은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지원협의체를 구성해 주변지역의 환경상 영향조사와 주민감시원선정 및 주민편익시설의 설치와 주민지원기금의 운영·관리 및 주민지원사업을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2001년부터 본격 가동된 의정부시 장암동 소각장에 법적지원단체인 주민지원협의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쓰레기처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대책방안 모색 및 선진국의 쓰레기 소각장 시설과 처리과정 등을 시찰, 비교 조사해 우리나라의 쓰레기 처리에 대한 효과적이고 올바른 방향을 찾을 목적'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해외연수를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의정부시의회 의원들이 포함된 소각장 주민지원협의체의 지속적인 외유성 해외연수로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의정부시와 시의회는 시 조례나 '폐촉법' 그 어디에도 주민협의체의 해외연수 또는 연수비용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민지원협의체 위원 선진시설 견학 예산’을 편성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협의체 위원 1인당 400여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 해외연수 일정이 매번 거의 같은 국가를 '사람'만 바꿔 떠나고 있어 이는 소각장 주변지역 주민지원협의체 일부 특정위원들과 시의원, 교수들을 위한 무늬만 '해외연수'일 뿐 초호화 해외여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스케줄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7일 유럽으로 떠난 주민지원협의체의 일정을 살펴보면, 제1일은 저녁 6시20분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해 호텔 투숙 및 휴식을 취하고, 제2일 오전에는 프랑스 파리 외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생제르망 시청 청소과를 방문해 두 시간 정도 머문 뒤 점심식사 후 본격적으로 관광스케줄이 이어진다.
이들은 우선 프랑스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이유 궁전 내부를 관람하고 난 후 파리 시내탐방 및 에펠탑 전망대와 내부를 관람하며 이틀째 일정을 마무리 한다.
제3일에는 오전부터 세계3대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 내부 관람과 나폴레옹 제국 영광의 상징인 '개선문', 패션과 문화의 거리 '샹제리제', '콩코드 광장', '몽마르트 언덕' 및 ‘노틀담 사원'을 관광하고, 오후 6시경 파리 리옹역을 출발해 저녁 9시30분경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 '인터라켄'시로 이동해 호텔에 투숙한다.
제4일에는 스위스 '융프라우'에 등정해 알프스의 설산과 얼음동굴을 관람한 후 오후에 산악열차를 타고 취리히로 이동해 취리히 호수와 구시가지를 관광하고, 제5일 오전 9시에 '취리히 쓰레기소각장'을 방문해 시찰한 후 이어 오후에는 독일 뮌헨으로 이동해 '프라우헨 교회' 관람과 신 시청사 및 마리엔광장, 호프브로이 하우스를 탐방하게 된다.
제6일에는 BMW그룹을 방문해 재활용처리센터를 둘러보고 오스트리아로 이동,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이었던 '짤즈부르크'에 도착해 영화에서 '도레미송'을 불렀던 미라벨 정원과 궁전을 관람하고 짤즈부르크 시내를 관광할 예정이다.
제7일은 오전부터 짤츠캄미굿 호수 지역과 세인트볼프강 호수 및 마을을 둘러보고 비엔나로 이동해 함스부르크 왕가의 '쉘부른 궁전'을 관람하고 호텔에 투숙해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제8일은 오전에 비엔나 쓰레기 소각장을 공식방문 후 비엔나에서 가장 화려한 케튼트너 거리와 그리스신전을 본떠 만든 국회의사당, 음악가의 묘지 등을 둘러보고 오후 6시40분에 비엔나공항을 출발해 5월 25일 오후 3시 인천공항에 도착하도록 일정표가 마련되었다.
이렇듯 초호화 관광 일색인 '해외연수'에 대해 그동안 많은 지적과 함께 문제점도 제기돼 왔다.
'2012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영계획 수립기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사업을 학계, 언론, 기업, 연구기관 등 전문가에게 수행하게 하는 경우 당해 사업수행을 위한 국외출장시의 여비를 지자체가 부담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시와 시의회는 이 운영기준 조항에 근거해 그동안 주민지원협의체 위원들의 ‘선진시설 견학 예산비용’을 편성했으나, 쓰레기소각장 주민지원협의체의 해외연수는 엄밀히 따져 볼 때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소각장 주변 환경유해지역 11개 아파트(호원동 우성1·2·3·5차, 유원, 푸른마을, 한주1·3·4차, 성호, 우남, 푸르미아) 4,365세대와 자연부락 597세대 주민들을 대표해 구성된 주민지원협의체 위원 중에는 시의회 해당 분과위가 아닌 시의원이 위원으로 선정돼 있는가 하면, 대학교수 위원 2명 중 1명은 환경관련 학과 교수가 아닌 사람이 선정돼 시(市)가 단지 주민협의체를 통해 혐오시설과 유해시설에 대한 해당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부 특정인들만을 해외로 여행을 보내주고 있는 것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해외견학을 다녀온 시의원들이나 협의체 위원 중 그 누구도 해외연수를 통해 얻은 지식을 의정부시에 적용 또는 반영하도록 의회에서 조례를 제정하거나 기타 이와 관련된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어 해외연수의 의미를 무색케 하고 있다.
한편,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주민지원협의체' 위원들의 임기는 2년으로, 이들에 대한 위촉은 소각장 인근 영향지역 아파트와 자연부락 주민대표회가 추천하는 13명 중 의정부시의회가 6명을 선정해 위촉하는 것으로 알려져 '선심성 예산집행' 또는 ‘시의원 측근 인사 위촉’이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소각장 영향지역 주민들 상당수가 이런 협의체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으며, 이 협의체의 실체를 알고 있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해외여행에 불과한 연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몇몇 사람들만을 위한 해외견학으로 수천만원의 예산을 낭비하기 보다는 해당지역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한편, 이번 해외연수가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견학인지, 예산편성의 법적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시(市)가 명확하게 시민들에게 밝혀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